광우병 - 존 검머 2


deulpul님의 글, 존 검머 이야기을 보고 씁니다. (출국 준비 관계로 심한 뒷북을 칩니다. ^^;; )

제 글의 의도

광우병의 공포를 과장하는 분들은 존 검머와 엘리자베스의 극적인 일화를 인용하며 '광우병은 무척 위험하며, 그걸 무시한 댓가는 존 검머와 엘리자베스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엘리자베스 본인은 죽어가면서도 언론에게 대중을 선동하지 말라고 부탁했으며, 그녀의 부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이 사건의 주인공들은 이 사건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발언을 계속 해왔으며, 이러한 사실은 언론이나 미국 쇠고기 수입을 강하게 반대하시는 분들에 의해 인용될 때에는 항상 생략되었습니다.

제가 지난 번에 썼던 글, 영국 농림부 장관 존 검머는 바로 이런 역설을 지적하기 위해 쓴 글이며 그 이상을 내포한 글은 아닙니다.

(사족인데, 희생자 가족들을 비롯하여 영국 국민들이 존 검머를 비난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만 deulpul님이 지적하신 것과 같은 오독의 여지가 있긴 있겠군요. 그리고, deulpul님의 글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점은, 정말 스미스 부부와 엘리자베스의 행동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hadream님이 썼던 글을 보고 기사를 찾아 읽은 후, 그들의 행동이 저의 무의식적인 기대를 배반하여 꽤 놀랐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검머의 극적인 쇼와 딸의 고통을 직접 보고서도 그렇게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안전에 대한 과장과 위험에 대한 과장

deulpul님은 존 검머 사건에 대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그것을 바탕으로 위험에 대한 과장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과장이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중요한 지적이며, 위험이 매우 과장되어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봅니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상식적 교훈은, 현재 실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진행중인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I can assure 할 수 없으며, 누구도 자만할 수 없으며, 누구도 다른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란 현재적 지식일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실험실 안에서도 그래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발언에서는 훨씬 더 보수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판단과 세일즈는 바로 불필요한 희생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은 당위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보수적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파괴적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경우에는 위험 요소가 작아보여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일 것입니다.

그런데, deulpul님은 이러한 원론적 이야기와 우리의 무지에 대한 단정을 바탕으로 한쪽 주장을 정당화하고 계시며, 저는 이러한 논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몰랐으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바로 이 점이 핵심이다. 현재 인간광우병은 그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조차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 혹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알려지지 않은 실체를 놓고 조금씩 그림 맞추기를 하며 전체 모습을 파악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견해, 다른 주장들이 혼재되어 있다. 의료과학계에서도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요? 우리의 현재 지식에 대한 논의가 없는 채로,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다' 혹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며, 공허합니다. 물론 광우병의 원인이 프리온인지 아닌지조차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등, 광우병에 대한 연구에 다양한 견해들이 혼재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로부터 우리가 위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음이 당연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대단히 많은 BSE 발병사례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통계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이 상당한 사실들을 밝혀내었습니다. 수십년간 쌓인 우리의 지식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일축하는 것은 무지에 대한 과장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가 자명하지 않은가. 제2의 존 검머들이 나와, 그 때는 어쩔 수 없지 않았냐,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하는 소리를 뒤늦게 일삼는 꼴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deulpul님의 결론은 자명하지 않습니다. deulpul님은 광우병의 과거 통계 자료, 수많은 연구 결과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신 채로,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전혀 제시하지 않으신 채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위험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당위명제와 미국의 경우와는 상이한 영국의 경우를 바탕으로 '자명하다'는 결론을 너무나 쉽게 내리고 계십니다. 정부의 협상 과정, 결과, 그리고 이후의 조치에서 야매성이 풀풀 풍겨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의 논리에는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2008/05/12 14:23 2008/05/12 14:23

광우병

작년 10월에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포마케팅이 자가발전하고 있다는 우려로 인해 광우병의 위험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위 글들은 정책에 대한 비평보다는 광우병의 위험과 기타 여러가지 관련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고, 앞으로 쓰는 글도 그럴 것입니다. 이번 쇠고기 정책은 럼스펠드 면담 무산, 부시 면담 무산, 석유 날려먹기, 참여정부가 해놓은 일가지고 생색내기처럼, MB식 야매외교의 전형이라는 느낌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는 현재 상황도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주제별로 틈틈이 글을 올리겠습니다.

광우병 관련 자료와 참고할 만한 글은 광우병에 관한 제 위키 페이지에 링크해 놓았습니다. 여기 링크되어 있지 않은 좋은 자료가 있으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08/05/12 14:20 2008/05/12 14:20

광우병 - 영국 농림부 장관 존 검머

추가: 존 검머의 딸 코델리아는 살아 있습니다. vCJD로 죽은 것은 존 검머의 친구 스미스 부부의 딸 엘리자베스입니다.


제 글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달렸습니다.

영국내 광우병 위험론이 나올때 영국 농무부장관 존검머는 BBC에 자신의 딸 코델리아와 나와 햄버거를 먹으며"광우병 안전합니다" 를 연발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국내 공식적 인간광우병환자가 없을때니 님처럼 주장할수 있었죠.그 결과가 어땠습니까? 수십명이 cjd로 사망하고 심지어 그의 친구의 딸까지 얼마전 광우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도 그 당시로는 광우병의 위험이 보이지않고 단지 가능성에 불과했기에 저리 나와서 햄버거를 먹으며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보이지않는 "위험"을 보이지않는다고 무시한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hadream.com

진위여부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2007년 10월에 Times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Mr Gummer, who was Agriculture Minister during the first outbreak of BSE, was pilloried in 1990 for trying to feed his daughter, Cordelia, a burger in front of television cameras. She shrank away from the burger, but he took a large bite himself, pronouncing it “absolutely delicious”. The link between eating beef and vCJD was confirmed six years later.

BSE(소광우병)이 발생했던 1990년, 그는 당시 4살이었던 딸 코델리아를 기자회견에 데리고 나와서 햄버거를 먹이려 했다는군요. 코델리아는 햄버거를 피했고, 검머가 스스로 한 입 베어 문 다음에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소고기와 vCJD의 관계는 이 사건이 있은지 6년후에 어느정도 밝혀졌습니다.

BBC의 2000년 10월 기사 John Gummer:Beef eater를 보면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John Gummer는 광우병으로 32명이 죽은 뒤에도 그 당시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Adults, about themselves, may take a certain kind of risk," said the father of four. "They smoke and of all sorts of things. The only fair question, I think, before I made a comment to the public was that I thought this was safe for my children to eat."

그는 언제나 위험 요소는 있는 법이며, 그 당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을만큼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대중에게도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At the end of the hearing, the panel asked him if the BSE crisis had changed his eating habits. He told them that if anything he ate more beef because it was cheaper that it used to be.

광우병 파동으로 식습관이 바뀌었냐는 질문에는 쇠고기가 싸져서 많이 먹게 되었다고;;

다시 2007년 Times 기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존 검머의 친구인 로저 스미스, 몰리 스미스 부부의 딸 엘리자베스 스미스는 21살 생일때 vCJD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고, 23살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곳 저곳에서 보았던 내용인데, 기사의 후반부는 새롭습니다.

Mr Smith said that his daughter rarely ate burgers as a child and enjoyed a healthy diet. “I think her average consumption was probably about one per cent of the national average,” Mr Smith said. “If you live in the depths of the countryside, like Elizabeth did, there aren’t burger bars everywhere so she hardly ate any.” He added: “She ate a perfectly normal and healthy diet. Sometimes she would have meat with a meal, sometimes she wouldn’t. It wasn’t one particular kind of meat, either.

엘리자베스는 버거는 거의 먹지 않았고, 일반적인 식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Mr and Mrs Smith, of St Margaret South Elmham, Suffolk, paid tribute yesterday to the way their daughter had fought the disease and defended Mr Gummer, saying that he had been unfairly treated in the press.

엘리자베스는 병과 싸우면서도 언론이 존 검머를 부당하게 다루고 있다며 그를 방어했다고 합니다.

“John, not for the only time in his life, was unfairly treated by the press,” Mr Smith said. “It was a load of old cobblers. It didn’t change the way I viewed meat. It changed the way I viewed the press.”

로저 스미스도 존 검머가 언론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광우병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기'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언론'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We don’t want to scare people because it is an extremely rare disease. Not everyone is going to die from it,” Mr Smith said. “In fact I would tell people to worry more about their driving than getting CJD.”

"우리는 사람들이 겁먹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병은 매우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병으로 죽는 건 아닙니다. 사실, 전 사람들에게 CJD를 걱정하기보다 운전을 더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딸이 vCJD로 인해 사망했음에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좀 놀랍습니다.

@ 사족이지만, 위 이야기는 3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된 미국이 아니라 183,823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고, vCJD와의 연관성을 모르는 채 신경계고 내장이고 고스란히 먹었던 영국의 이야기입니다.

2008/04/25 11:35 2008/04/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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