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의 위험에 대해

이정환:신종 플루보다 백신이 더 위험하다?

몇가지 주석.

다들 잘 알겠지만 백신은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주입해서 몸 안에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성을 키우도록 돕는 의약품이다. 백신 역시 바이러스의 일종인 셈인데 ...

병원체를 죽이지 않고 약하게 만든 백신을 생백신 (live vaccine) 이라고 부르며, 여러 종류의 백신 중 한 종류일 뿐이다1. BCG나 MMR (Measles-mumps-rubella) 백신이 좋은 예인데, 미국의 경우 예방 접종 전에 살아 있는 병원체가 들어있음을 알려준다. 반면에, 우리가 흔히 맞는 독감 예방주사는 바이러스를 죽여서 만든다2.

실제로 1976년에는 그해 유행했던 돼지독감으로 죽은 사람보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참고로 돼지독감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48,161,019명, GBS (Guillain-Barré syndrome) 로 사망한 사람 수는 25명이다3. 약 백만 명 중에 한 명꼴.

다만 길리안 바레 증후군을 보이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1년 이내에 독감백신을 맞은 사실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1970년대와 비교하면 백신 제조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올해 11월부터 접종받게 될 신종 플루 백신은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

언급된 연구결과가 궁금하다. 1년이란 시간은 꽤 길다. 예방 접종이 바로 GBS를 일으키지 않은채로 수 개월 동안 잠복했다가 GBS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 보통 감염이 원인이 되는 GBS의 경우 감염으로부터 한 달이내에 발병한다고 한다. 독감 백신 접종 통계를 잘 모르겠는데, 독감 백신을 맞는 사람이 충분히 많으면 무슨 병을 택해도 1년 이내에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상당수가 될 것 같다.

GBS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Campylobacter jejuni 감염이라고 한다4 최근에는 독감 바이러스가 GBS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등장했다5

CDC 웹사이트에는 독감 예방주사와 GBS의 관계에 대한 안내 페이지가 있다6.

Several studies have been done to evaluate if other flu vaccines since 1976 were associated with GBS. Only one of the studies showed an association. That study suggested that one person out of 1 million vaccinated persons may be at risk of GBS associated with the vaccine.

1976년 돼지독감 사태이후 독감 예방주사와 GBS의 발병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여럿 있었지만 그 중 하나의 연구에서만 상관관계가 보였다고 한다. 1976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방주사가 GBS의 위험을 높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 그래도 백만명 중의 한 명꼴이면 매우 희귀하므로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GBS가 발병해도 대부분은 건강하게 회복되므로, 독감 백신으로 GBS가 발병해서 사망까지 이를 확률은 일반적인 독감의 사망률과도 비교할 수 없이 작다.

미국에서 이번 신종독감 백신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는 최근 5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7.

  • http://www.infowars.com/category/flu-pandemic/
  • http://globalresearch.ca/index.php?context=newsHighlights&newsId=46
  • http://globalresearch.ca/index.php?context=va&aid=14618
  • http://www.vaccine911.com/vacreference.pdf
  • http://www.greatfallspro.com/vaccine.htm

글에 링크된 위 사이트들을 들어가서 잠시 훑어봤는데 근거자료는 부실하고, 수은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떡밥8이 넘실대고, 인용된 논문을 몇 개 찍어서 찾아봤더니 검색도 안 된다. 그래도 무려 Lancet에 실린 논문이 있길래 찾아봤더니 두 번 인용됐고, 그중 한 논문은 Lancet에 실린 논문의 연구 방법이 잘못됐다는 내용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어). 더이상 시간을 쓸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구지 '신종'이 아니더라도 독감은 한국에서 매년 (아마도)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다. 이런 병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인 예방접종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1. http://en.wikipedia.org/wiki/Vaccine#Types [Back]
  2. 다만 코에 뿌리는 방식의 백신은 생백신이다. cdc의 안내 (pdf) [Back]
  3. 위키백과(http://en.wikipedia.org/wiki/Swine_flu#1976_U.S._outbreak) [Back]
  4. S. Kuwabara et al., Does Campylobacter jejuni infection elicit "demyelinating" Guillain-Barre syndrome? Neurology. 2004 Aug 10;63(3):529-33 [Back]
  5. V. Sivadon-Tardy et al., Guillain-Barré syndrome and influenza virus infection. Clin Infect Dis. 2009 Jan 1;48(1):48-56 [Back]
  6. http://www.cdc.gov/FLU/about/qa/gbs.htm [Back]
  7. http://www3.niaid.nih.gov/news/newsreleases/2009/H1N1pedvax.htm [Back]
  8. 코리아헬스로그:백신 수은 보존제 감소불구 자폐증은 증가해 [Back]
2009/08/31 10:55 2009/08/31 10:55

H1N1 독감

먼저, 이번 독감에 대해 유익한 글을 올려주고 계신 블로그들을 소개한다. (특히 crete님의 활약이 눈부시다. ㅎㅎ)

Be Alert

전염병이 퍼지는데 매우 중요한 것은 인구 집단의 크기이다. 많은 전염병들은 'crowd disease' 라고도 불린다. 전염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통 일정 크기 이상의 큰 집단 (끊임없는 새로운 숙주의 보충)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이런 큰 규모의 집단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다양한 전염병을 인간에게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 Arno Karlen은 전염병의 문화사 (Man and Microbes)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농업은 인간에게 너무도 많은 새로운 병원균을 가져다주어서 인류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p66, 전염병의 문화사)

큰 도시가 형성되면서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발생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시는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사실 마을이 큰 도시가 되고서야 대규모 죽음이 인간사의 일상적인 부분이 되었다. ...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은 사고와 부상이었다. 그러다가 영구적인 농경과 촌락 생활 덕분에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더욱 흔하게 되었다. (p80, 전염병의 문화사)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대의 도시에는 과거와 비교할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게다가 발전된 항공망은 수많은 사람들을 한 도시에서 또 다른 도시로 매 시간 운반하고 있다. 과거의 세계가 약하게 연결된 격자 구조였다면, 현재의 세계는 강하게 연결된 작은 세상 네트워크 (small-world network) 이다. 스페인 독감이 돌았던 1918년이 세계적인 항공망이 갖추어지기 전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항공망으로 연결된 현재의 세계가 처한 위험은 비교할 수 없이 커 보인다. 1918년의 독감도 전쟁으로 인해 대량으로 수송된 군인들에의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네트워크 이론은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네트워크 구조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전염 모델에는 언제나 0이 아닌 전염 한계치 (epidemic threshold) 가 존재한다. 전염 한계치는 전염병이 전체 집단에 퍼질 수 있는지 아니면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만을 감염시킨 뒤 사라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인데, 전염병의 전염율과 치료율의 비가 이 전염 한계치보다 높으면 전염병이 전체 집단으로 퍼지게 된다. 반대로 그 비율이 전염 한계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전염병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전염율을 낮추거나 치료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전염병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런데 허브가 충분히 많이 존재하는 척도없는 (scale-free) 네트워크에서 전염병이 퍼질 경우,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전염 한계치는 0으로 수렴한다1. 다시 말해 무슨 수를 써도 전염병의 전염력를 전염 한계치 아래로 줄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큰 허브일 수록 효과적으로 병을 전파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허브는 많은 링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염될 확률이 자연히 높아지며, 감염된 허브는 수많은 이웃들에게 병을 전파시키게 된다.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네트워크들이 척도없는 네트워크, 혹은 최소한 많은 허브가 존재하는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공항 사이의 항공망2과 성관계 네트워크3 가 중요한 예이다. 독감이 퍼져나가는 네트워크는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구조를 확실하게 알기도 어렵지만, 인구조사원과 같은 허브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SARS의 경우에도 'super spreader'라 불리는 소수의 환자들이 매우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Don't panic

전염병이 퍼지기에 좋은 네트워크 구조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음에도, 선진국에서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의 수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인류가 백신을 발명하고, 훌륭한 감시 & 치료 체계를 만들고, 상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훌륭한 위생상태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전염병이 새로운 숙주로 옮겨 가기 힘들게 만들어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왔다.

작년에 병원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라는 글을 통해 폴 이왈드의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다시 요약해본다.

  1. 병원체는 지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이렇게 생겨난 수많은 변종들은 서로 경쟁하며 진화한다.
  2. 병원체에게 가해지는 두 가지 주요 선택압은 숙주 안에서 다른 병원체들과의 경쟁과 다른 숙주로의 전염이라는 경쟁에서 비롯된다.
  3. 숙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에서는 치명적인 (숙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병원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4. 따라서 병원체가 숙주를 죽이거나 심하게 앓게 만들더라도 다른 숙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면 병원체는 치명적인 방향으로 진화한다 (수인성 전염병이나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등).
  5. 반면에 병원체가 숙주를 죽이거나 심하게 앓게 만들 경우 다른 숙주로의 이동이 힘들어진다면 병원체의 독성은 약화된다.

그는 이 논리를 바탕으로 1918년과 같은 대유행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골자는 1918년의 독감이 특수한 상황에서 진화한, 특별히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였다는 것이다. 그 특수한 상황이란 다름 아닌 제1차 세계 대전이었다. 1918년의 바이러스는 전선에 위치한 집단 병동 - 바이러스가 바로 옆의 환자에게 너무나 쉽게 옮겨 갈 수 있는 - 에서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강한 살상력을 가진 바이러스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이 사회의 많은 기능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유행을 차단하는 것까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잘 기능하여 심하게 앓는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면 전염병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H1N1 독감에 적용해보면, 이번 독감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계 대전과 집단 병동이라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교훈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아도 환자들이 확인되는 즉시 치료를 받고 격리되고 있다. 게다가 crete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지금은 계절과 기온상 독감이 쉽게 퍼지기 힘든 계절이기까지 하다. crete님이 멕시코와 다른 나라의 사망률의 차이에 대한 포스팅에서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일치한다고 말씀해주시긴 했지만, 현재까지의 사망자 발생 패턴은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4.

But, still.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주장은 설득력은 있지만, 검증은 힘들다. 생각지 못했던 다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어 우리의 기대를 배반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처음에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구조'는 언제든지 전염병의 전파를 도와줄 수 있기때문에, 우리의 방심을 틈타 치명적으로 진화한 병원체가 전세계를 휩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초기 진화에 실패하여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병원들이 바이러스의 독성을 증가시키는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각 국의 정부와 개개인들 모두 전염병 확산의 초기 단계에서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확산을 막는 것이 좋다.

결론은, "손을 잘 씻읍시다". ㅎㅎ


  1. Romualdo Pastor-Satorras and Alessandro Vespignani, Epidemic Spreading in Scale-Free Networks, PRL 86, 3200 (2001) free download (arxiv) [Back]
  2. R. Guimerà, S. Mossa, A. Turtschi, and L. A. N. Amaral, The worldwide air transportation network: Anomalous centrality, community structure, and cities' global roles, PNAS 102, 7794 (2005) ; Vittoria Colizza, Alain Barrat, Marc Barthélemy, and Alessandro Vespignani, The role of the airline transportation network in the prediction and predictability of global epidemics, PNAS 103, 2015 (2006) [Back]
  3. Fredrik Liljeros, Christofer R. Edling, Luís A. Nunes Amaral, H. Eugene Stanley & Yvonne Åberg, The web of human sexual contacts, Nature 411, 907 (2001) free download (arxiv) [Back]
  4. 처음 발병한 멕시코에서는 꽤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병이 전파됨에 따라서 독성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연구결과들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crete님이 배제한 두번째 가능성이 얼마나 말이 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Back]
2009/05/03 13:59 2009/05/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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